마일스 모랄레스의 다차원 여정이 시작된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2018년작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후속편으로,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가 다시 한번 다중 우주로 뛰어들며 자신만의 정의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험을 그린다. 전작이 스파이더맨의 탄생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작품은 히어로로서 마일스의 내적 성장과 다양한 스파이더맨들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다중 우주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수많은 차원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며 각 캐릭터의 개성과 배경을 조화롭게 엮어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라는 설정을 통해 스파이더맨이라는 상징이 단순한 히어로를 넘어선 ‘운명’임을 강조하고, 관객에게도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본 리뷰에서는 캐릭터 성장, 미술적 연출, 그리고 다중 우주 서사라는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이 작품의 깊이를 분석하고자 한다.
마일스의 정체성과 성장, 히어로로서의 진짜 의미
마일스 모랄레스는 이번 작품에서 단순한 ‘또 하나의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독립된 히어로로 성장한다. 전작에서 히어로로서 첫걸음을 뗀 그는 이제 부모에게 정체를 숨긴 채 이중생활을 이어가며 현실과 책임 사이에서 갈등한다. 특히 이번 이야기의 중심에는 ‘운명론’이라는 주제가 자리한다. 모든 스파이더맨이 겪어야만 한다는 비극적 사건, 이를 통해 영웅으로 완성된다는 규칙은 마일스에게 도전으로 다가온다. 그는 스스로의 운명을 거부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싸우겠다고 선언하며, 기존의 영웅 서사를 전복한다. 마일스의 선택은 단지 개인적인 반항이 아니라, ‘스파이더맨’이라는 집단 정체성에서의 독립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관객에게도 “우리는 얼마나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마일스의 내면 갈등과 결단은, 기존 마블 히어로물의 틀을 뛰어넘는 성숙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주얼의 혁신, 차원을 넘나드는 예술적 애니메이션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단순히 다중 우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차원의 시각적 스타일을 완전히 다르게 표현함으로써 관객에게 차원이 바뀌는 ‘체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그웬 스테이시의 세계는 수채화처럼 번지는 색채가 감정을 반영하며, 인도풍 뉴욕 ‘문바탄’에서는 컬러풀한 선과 패턴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이러한 각기 다른 스타일은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각 캐릭터의 세계관과 감정 상태를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카메라 워크와 다이내믹한 화면 전환, 콤포지션의 자유로움은 마치 현대 미술 전시회를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은 연출은 시각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풍부한 경험을 선사하며, 단순한 ‘히어로 애니메이션’이 아닌, 진정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다중 우주와 스파이더맨의 운명, 새로운 히어로 서사의 탄생
이번 작품의 핵심은 ‘다중 우주’라는 설정을 통해 스파이더맨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다양한 차원의 스파이더맨이 함께 힘을 합쳐 적을 물리쳤지만, 이번 작품은 그들 사이의 충돌과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라는 조직은 각 차원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비극적 사건을 방치하거나 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이 설정은 단순한 SF적 장치를 넘어, 현실 사회의 규범과 체계에 대한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 마일스는 이 조직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정의를 세우려 한다. 즉, 기존의 ‘영웅은 반드시 희생한다’는 서사 구조를 의심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전개는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히어로물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영화는 다음 편을 암시하며 마일스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결말은 미완성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마일스의 선택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마블 애니메이션의 진화, 그 중심에 선 마일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단순한 후속작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각적 표현, 정체성에 대한 깊은 질문, 그리고 서사의 구조를 뒤집는 과감한 시도로 마블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마일스는 단지 한 명의 히어로가 아니라, 시대의 규칙에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그려지며, 관객은 그의 고민과 성장에 공감하게 된다. 이 작품은 비주얼, 내러티브, 그리고 메시지 측면에서 모두 진일보한 결과물이며,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다양한 연령층과 문화권의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다층적인 매력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