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제 주변에서 암호화폐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한 지인은 도지코인으로 수익을 봤다고 했고, 또 다른 지인은 이름도 생소한 알트코인에 월급을 넣었다가 3배가 됐다고 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흔들렸습니다. 이러다 나만 못 버는 거 아닌가 하는 FOMO(놓칠까봐 두려운 심리)가 생겼습니다.
결국 저는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뭔지 몰라서였습니다. 뭔지도 모르는 걸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FOMO보다 강했습니다.
2022년에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했을 때, 앞서 수익 자랑을 하던 지인들 대부분이 조용해졌습니다. 수익이 원금 이하로 떨어진 경우도 있었고, 루나-테라 사태로 큰 손실을 본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때 "몰라서 안 한 게 다행이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이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암호화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수익 가능성보다 먼저 위험성을 알아야 합니다.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
암호화폐의 가장 첫 번째 위험은 가격 변동성입니다. 주식도 변동성이 있지만,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차원이 다릅니다.
주변에서 암호화폐 손실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분들을 봤습니다. 숫자로 보이는 손실이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입니다.
루나-테라 사태: 하룻밤 만에 사라진 자산
2022년 5월에 일어난 루나-테라 사태는 암호화폐 위험성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루나와 테라USD는 한국인이 만든 암호화폐였습니다. 테라USD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었고, 루나는 이 안정성을 지원하는 역할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테라USD 예금에 연 20% 이자를 준다는 앵커 프로토콜을 믿고 큰 돈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5월, 단 며칠 만에 루나 가격이 100달러에서 0.0001달러 이하로 폭락했습니다. 말 그대로 거의 0이 됐습니다. 테라USD도 1달러 고정이 풀리면서 가치가 사라졌습니다.
루나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인생 저축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국내에서도 루나 피해자들이 수만 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연 20% 이자에 혹해서 퇴직금, 전세 보증금, 대출금까지 넣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태가 보여주는 건 암호화폐 시장에는 전통 금융 시장에 존재하는 안전망이 없다는 겁니다.
규제의 공백이 만드는 위험
주식 시장에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규제가 있습니다. 상장 요건, 공시 의무, 내부자 거래 금지, 예금자 보호 등이 있습니다. 이 규제들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합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런 규제가 아직 미흡합니다. 누구나 코인을 만들어 상장할 수 있습니다. 백서(White Paper)라는 사업 계획서를 발행하면 되는데, 그 내용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기관이 없습니다. 거래소가 파산해도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2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가 파산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잃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전통 금융 시장 수준의 투자자 보호가 갖춰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스캠과 사기의 온상
암호화폐 시장에는 사기가 많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복잡한 개념을 이용해서 일반 투자자를 속이는 방식이 다양합니다.
러그풀(Rug Pull)이 대표적입니다. 그럴듯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모은 다음, 어느 날 갑자기 개발팀이 자금을 들고 사라지는 수법입니다. 프로젝트 웹사이트도 닫히고 연락도 끊깁니다.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도 있습니다. 특정 코인을 집중 매수해서 가격을 끌어올린 다음, 개미들이 따라 사면 한꺼번에 팔아치우는 수법입니다.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코인을 홍보한다고 해서 그게 좋은 투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피싱도 많습니다. 가짜 거래소 사이트나 가짜 지갑 앱을 만들어서 로그인 정보나 개인 키를 탈취하는 방식입니다. 암호화폐는 한 번 탈취당하면 되찾을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이런 사기 유형들을 찾아보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인지를 다시 실감했습니다. 초보 투자자가 이 모든 위험을 스스로 감지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투자를 고려한다면
암호화폐가 무조건 나쁜 투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장기 보유로 큰 수익을 낸 사람들도 있고,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만 투자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습니다.
잃어도 되는 돈으로만 해야 합니다. 전 재산의 5~10% 이내로 제한하는 걸 권합니다. 대출을 받아서 하거나 생활비를 넣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암호화폐 투자에서 대출은 파멸의 시작입니다.
믿을 수 있는 거래소를 써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업비트, 빗썸 같은 금융당국에 신고된 거래소를 이용하는 게 안전합니다.
백서와 팀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새로운 코인에 투자하기 전에 어떤 팀이 만들었는지, 실제로 작동하는 기술이 있는지, 백서의 내용이 합리적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사라져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들리지만, 이 마음가짐이 없으면 손실이 생겼을 때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마무리
2021년에 흔들렸지만 투자하지 않기로 한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수익을 놓쳤을 수도 있지만, 2022년의 폭락을 피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뭔지도 모르는 걸 산다는 원칙을 지켰다는 점입니다.
암호화폐를 완전히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익 가능성보다 위험성을 먼저 충분히 이해한 다음에 결정해야 합니다. 주변에서 다들 번다고 할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걸, 역사는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