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멈추다시피 했을 때, 미국 연준(Fed)은 전례 없는 규모의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기준금리를 사실상 0%로 내리고,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달 만에 3조 달러(약 4,000조 원) 가까운 돈을 시장에 풀었습니다.
저도 이 시기에 직접 영향을 받았습니다. 호주도 비슷한 정책을 펼쳤고. 주변 집값이 1~2년만에 30% 가까이 올랐습니다. 나중에 금리가 오르면서 그 거품이 빠지는 것도 지켜봤습니다. 양적완화가 내 삶에 이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줄은 몰랐습니다.
양적완화의 기본 원리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은 금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금리를 낮추면 대출이 늘어나고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집니다.
그런데 금리를 이미 0%까지 내렸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 꺼내드는 카드가 양적완화입니다.
중앙은행이 국채나 회사채 같은 자산을 시장에서 직접 사들입니다. 그 대가로 시중에 새로운 돈을 공급합니다. 말 그대로 돈을 찍어내서 시장에 푸는 것입니다.
돈이 많아지면 금융기관들이 더 쉽게 대출을 해줄 수 있고, 기업과 개인이 더 많이 빌려서 투자하고 소비합니다. 경기 부양이 목적입니다.
양적완화가 자산 시장에 미친 영향
2020년 양적완화의 가장 극적인 효과는 자산 시장이었습니다. 시중에 넘쳐나는 돈이 갈 곳을 찾아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로 몰렸습니다.
주식 시장은 코로나 폭락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회복했고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미국 집값은 1~2년만에 20~30% 올랐습니다. 비트코인도 이 시기에 수천만 원대로 올랐습니다.
이미 자산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자산 증가가 일어났지만, 자산이 없던 사람들에게는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더 멀어지는 결과가 됐습니다. 양적완화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양적완화의 부작용: 인플레이션
양적완화로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 화폐 가치가 희석됩니다. 돈이 많아지면 같은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물가가 오릅니다.
2020~2021년 대규모 양적완화와 코로나 공급망 마비가 겹치면서 2022년 미국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연준은 이를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그 결과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급락했습니다.
양적완화와 이후 긴축의 사이클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교훈을 얻었습니다. 돈을 공짜로 푼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 대가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양적긴축: 양적완화의 반대
양적완화로 풀었던 돈을 회수하는 과정이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QT)입니다.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재매입하지 않아서 시중 유동성을 줄입니다.
2022년부터 연준이 금리 인상과 함께 양적긴축을 시행하면서 시장의 돈이 줄어들었고, 이것이 자산 시장 하락의 한 요인이 됐습니다.
일반인이 알아야 하는 이유
양적완화는 거시경제 정책처럼 멀게 느껴지지만, 직접적으로 내 자산에 영향을 줍니다. 양적완화 시기에는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반대로 양적긴축과 금리 인상 시기에는 자산 가격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사이클을 이해하면 경제 뉴스를 보면서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시기인가 나쁜 시기인가"를 더 넓은 시각에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는 건 전문가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큰 흐름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