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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 투자란 무엇인가 — 매달 조금씩 사는 게 왜 유리할까

by withmijoo 2026. 4. 26.

투자

2019년, 저는 처음으로 주식을 샀습니다. 당시 한국 주식 시장이 꽤 올라있던 시점이었는데, 저는 그런 걸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요즘 주식으로 돈 번다는 사람이 많던데"라는 막연한 이유로 모아뒀던 돈 200만 원을 한 번에 넣었습니다. 그것도 한 종목에만.

 

처음 2주는 올랐습니다. 10% 수익이 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기분이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2020년 초 코로나가 터지면서 단 며칠 만에 반 토막이 났습니다. 200만 원이 100만 원도 안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패닉 상태에서 저는 팔았습니다. 손실을 확정한 겁니다.

 

그게 제 첫 투자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저를 한동안 투자에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

 

한참 뒤에야 제가 한 실수가 무엇인지 이해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목돈을 한 번에, 한 종목에, 고점에 가까운 시점에 넣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방식을 거치식 투자라고 합니다. 운이 좋아서 저점에 샀다면 크게 수익을 볼 수 있지만, 고점에 샀다면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오랫동안 손실을 견뎌야 합니다. 문제는 지금이 저점인지 고점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전문가도 모릅니다. 저 같은 초보는 더더욱 모릅니다.

 

반면 적립식 투자는 다릅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사는 방식입니다. 지금이 고점인지 저점인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으로 삽니다.

 

적립식 투자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처음 이 개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별거 없어 보였습니다. 그냥 나눠 사는 거잖아, 뭐가 대단한 거야. 그런데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면 생각이 바뀝니다.

 

예를 들어 매달 10만 원씩 ETF를 산다고 해봅시다.
1월에 주가가 1만 원이면 10주를 삽니다.
2월에 주가가 5,000원으로 내리면 20주를 삽니다.
3월에 주가가 8,000원이면 12.5주를 삽니다.

 

3개월 동안 30만 원을 투자해서 42.5주를 샀습니다. 평균 매입 단가는 30만 원 ÷ 42.5주 = 약 7,059원이 됩니다.

 

만약 1월에 30만 원을 한 번에 넣었다면 30주를 샀을 겁니다. 평균 매입 단가가 1만 원이 됩니다.

 

주가가 2월에 반 토막 났다가 3월에 어느 정도 회복했을 때, 거치식 투자자는 아직 손실 상태지만 적립식 투자자는 이미 수익권에 들어와 있을 수 있습니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더 많이 살 수 있다는 게 적립식의 핵심입니다.

 

이 원리를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Dollar Cost Averaging, DCA) 이라고 부릅니다. 평균 매입 단가를 자연스럽게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코로나 때 적립식 투자를 했다면

 

제가 2020년 코로나 때 한 행동을 다시 떠올려봤습니다. 저는 손실이 커지자 공포에 팔았습니다. 그게 역대급 저점이었는데, 저는 그 저점에서 팔고 나왔습니다.

 

만약 그때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주가가 반 토막 났어도, 그달에 정해진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샀을 겁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주식 시장이 회복됐을 때 저점에서 산 주식들이 큰 수익을 냈을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에도 매달 꾸준히 S&P 500 ETF를 산 투자자들은 2021년에 엄청난 수익을 봤습니다.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 3~4월에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었으니까요.

 

적립식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이것입니다. 주가가 내려도 더 많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여유를 줍니다. 떨어질 때마다 불안해서 팔고 싶은 충동이 줄어듭니다. 오히려 "이번 달 더 싸게 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적립식이 무조건 거치식보다 나은 건 아닙니다

 

여기서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수학적으로 따지면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한 빨리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거치식이 적립식보다 총 수익이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찍 투자한 돈이 더 오래 복리로 굴러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초보 투자자에게 적립식을 권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목돈이 없습니다. 매달 여유 자금이 생기는 구조라면 적립식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선택입니다.

 

둘째, 심리적으로 버티기가 훨씬 쉽습니다. 200만 원을 한 번에 넣고 반 토막이 나면 공포에 팔게 됩니다. 하지만 매달 10만 원씩 넣다가 평가액이 줄면 심리적 부담이 훨씬 작습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버티는 힘입니다.

 

셋째, 고점에 몰빵하는 실수를 막아줍니다. 지금이 고점인지 저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적립식으로 분산해서 사면 타이밍 실수를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습니다.

 

호주에서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 후 달라진 것

 

호주에서 남편을 통해 적립식 투자를 제대로 배우고 나서 저도 직접 시작했습니다. 매달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으로 ETF를 삽니다. 그날 주가가 어떤지, 시장이 좋은지 나쁜지 보지 않습니다. 그냥 삽니다.

 

처음엔 이게 너무 기계적이고 무감각한 투자 방식 같아서 불안했습니다. 뭔가 더 분석하고 타이밍을 잡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1년쯤 지나니 그 불안이 사라졌습니다. 주가가 내려도 "이번 달 더 많이 사게 됐네"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주가가 올라도 "그동안 산 게 올랐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투자에 쓰는 에너지가 줄었습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고 언제 사야 할지 고민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훨씬 편합니다. 그 에너지를 다른 데 쓸 수 있습니다.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한 가지만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지 마세요.

 

환율이 더 내려갈 때 시작해야지, 주가 조정이 오면 그때 시작해야지, 공부를 조금 더 하고 나서 시작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기다리다 보면 영원히 못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첫 실패 이후 2년 가까이 투자를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그 2년이 아깝습니다.

 

적립식 투자는 타이밍이 필요 없는 전략입니다. 지금 당장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고, 잘못된 타이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10만 원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5만 원도 됩니다. 금액보다 시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제 첫 투자 실패의 핵심은 잘못된 종목을 골라서가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방식으로 한 번에 몰빵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실수를 알았을 때부터 투자가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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