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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영화: 찰리 채플린, 윤리적 논란, 이전 조커들 비교

by mjgogo1 2025. 5. 29.

영화 조커

광기의 탄생을 예술로 승화시킨 영화, 조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2019)는 단순한 슈퍼빌런 탄생기를 넘어,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해부한 작품이다. 고담시의 사회적 붕괴와 개인의 고립이 어떻게 비극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한 인물이 '조커'라는 상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이 영화는 DC 코믹스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지만, 슈퍼히어로적 요소는 거의 배제한 채 사실적인 드라마에 가까운 전개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은 관객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조커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했다. 본 리뷰에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찰리 채플린에 대한 리퍼런스, 조커를 둘러싼 윤리적 논란,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와 다른 조커들과의 차별점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영화 속 찰리 채플린에 대한 리퍼런스 – 웃음 뒤에 감춰진 슬픔

『조커』에는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인 『모던 타임즈』가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아서 플렉이 고담 시청에서 상영되는 이 영화를 바라보는 장면은 단순한 인용을 넘어, 조커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정서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채플린이 무성 영화 시대의 코미디언으로 활약하며 사회적 부조리를 웃음으로 승화시켰다면, 아서 또한 거리의 광대이자 코미디언을 꿈꾸며 같은 길을 걷고자 한다. 하지만 아서는 웃음을 통해 세상을 바꾸기보다, 세상에 의해 짓밟힌 희극인의 절망을 몸소 보여주는 인물이다.

채플린의 코미디는 사회 비판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지만, 『조커』 속 아서는 점점 광기로 치닫는다. 이 리퍼런스를 통해 관객은 '코미디'라는 장르의 양면성—사람을 웃기기도 하지만, 그 뒤에는 종종 눈물이 존재함—을 인식하게 된다. 이는 아서가 방송에서 코미디언 머레이를 총으로 살해하기 전, 웃음과 울음 사이에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결국, 『조커』 속 채플린의 존재는 단순한 과거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아니라, 코미디와 비극, 인간성의 이중성을 탐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윤리와 예술 사이의 간극 – 조커에 대한 동질감과 불편함

『조커』는 예술성과 문제의식을 동시에 갖춘 작품이지만, 일부 관객에게는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주인공 아서 플렉의 고통과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그가 저지르는 폭력과 살인까지 정당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예술과 윤리 사이의 간극을 고민하게 만든다. 관객은 어느 순간 아서의 절망에 감정 이입하게 되며, 그가 폭력을 저지를 때조차 ‘이해는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윤리적 논란이 발생한다.

작품은 절대적으로 폭력을 미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서의 삶이 얼마나 참혹하고 외면당했는지를 강조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는 창작자가 관객의 심리적 반응을 교묘하게 설계한 결과이자, 동시에 사회적 논의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영화 개봉 당시 미국에서는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몇몇 극장에서는 보안 인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조커』는 예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 그리고 관객의 해석이 어떻게 현실에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 히스 레저, 잭 니콜슨 등 이전 조커들과의 비교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과거의 어떤 조커보다도 인간적인 고통과 불안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잭 니콜슨의 조커가 다소 과장된 광기와 범죄적 유희를 중심으로 표현되었다면, 히스 레저의 조커는 혼돈 그 자체로서 세상의 질서를 조롱하는 상징이었다. 반면 피닉스의 조커는 '왜 이 인물이 조커가 되었는가'를 구체적인 서사로 풀어낸다. 그는 어릴 적 학대와 정신질환, 사회적 소외를 겪으며 점차 붕괴되어 간다.

이러한 접근은 조커를 단순한 악당이 아닌, 한 인간의 붕괴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는 이전 조커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피닉스 연기의 힘이다. 그는 20kg 이상 체중을 감량하고, 신체의 떨림과 웃음 발작까지 세심하게 연기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그의 웃음은 기쁨이 아닌 고통의 표현이며, 조커라는 가면은 현실 도피의 결과다. 이러한 해석은 조커를 보다 현실적인 존재로 만들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에게서 사회의 단면을 투영하게 만든다.

피닉스 이전의 조커들이 외부 세계에 도전하는 무정부주의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피닉스의 조커는 철저히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된 파괴적 결과물이다. 그래서인지 『조커』는 슈퍼히어로 영화라기보다는, 한 인물의 심리극이자 사회 드라마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이전 조커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남게 되었다.

조커는 거울이다 – 우리 사회를 비추는 왜곡된 렌즈

영화 『조커』는 단순히 악당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고립과 절망을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에서 모티프를 얻고, 예술과 윤리 사이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호아킨 피닉스라는 배우의 혼신을 다한 연기를 통해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조커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으며, 각 시대의 불안을 투영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조커』는 우리 자신이 외면한 진실과 마주하게 하며, 영화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