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에 저는 처음으로 채권이라는 걸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그것도 직접 배워서가 아니라, 채권을 몰랐기 때문에 손해를 볼 뻔한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호주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었고, 주변에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이 들렸습니다. 저는 "채권이 뭔지도 모르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가입한 일부 펀드 안에 채권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그 펀드의 채권 부분 가치가 내려갔고, 전체 수익률에 영향을 줬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게 뭔지도 모른 채 투자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부터 채권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채권이 뭔지 몰랐던 시절
솔직히 말하면 채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오랫동안 낯설었습니다. 주식은 이름도 익숙하고 뉴스에도 자주 나오는데, 채권은 뭔가 기관 투자자들만 다루는 복잡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채권 공부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한 게 기본 개념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채권은 한마디로 내가 정부나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입니다.
주식이 기업의 소유권 일부를 사는 것이라면, 채권은 기업이나 정부에게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것입니다.
이자를 쿠폰(Coupon)이라고 부르고, 돌려받는 날짜를 만기(Maturity)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를 100만 원어치 샀다면, 매년 약정된 이자를 받다가 10년 후에 원금 100만 원을 돌려받습니다.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을 잃지 않으니 주식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채권과 금리의 관계가 헷갈렸습니다
채권 공부에서 가장 처음 막히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려간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이해가 안 됐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많이 받으니까 좋은 거 아닌가? 왜 채권 가격이 내려가지?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해가 됩니다.
내가 연 3% 이자를 주는 채권을 샀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시장 금리가 5%로 올라서 새로운 채권이 5% 이자를 줍니다. 그러면 내가 갖고 있는 3% 채권의 매력이 떨어집니다. 누가 3%짜리를 사려 하겠습니까? 5%짜리가 있는데. 그래서 내 3% 채권을 팔려면 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가격을 낮춰야 실질 수익률이 시장 금리와 비슷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에 높은 이자를 주는 채권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채권 투자자들이 미리 채권을 사두는 것입니다.
이 관계를 이해하고 나서야 2022년에 왜 내 펀드 채권 부분이 손실을 봤는지 납득이 됐습니다. 금리가 급격히 올랐으니, 기존에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들의 가격이 내려간 것이었습니다.
채권의 종류: 누가 발행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채권은 누가 발행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달라집니다.
국채는 정부가 발행합니다. 가장 안전합니다. 정부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을 잃지 않습니다. 대신 이자가 낮습니다. 한국 국채, 미국 국채가 대표적입니다. 미국 국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힙니다.
회사채는 기업이 발행합니다. 국채보다 이자가 높지만 그만큼 위험도 있습니다. 기업이 망하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기업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이자가 낮고, 낮을수록 이자가 높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금리 회사채를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 또는 정크본드라고 부릅니다.
지방채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합니다. 국채보다 약간 금리가 높고, 안전성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채권 투자를 실제로 어떻게 하나
개인 투자자가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직접 채권을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증권사를 통해 국채나 회사채를 직접 살 수 있습니다. 최소 투자금액이 있고, 만기까지 보유해야 확정 수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간에 팔면 시장 가격으로 매매되므로 손익이 생깁니다.
채권 ETF를 사는 방법이 더 간편합니다. KODEX 국채, TIGER 단기채권 같은 채권 ETF를 주식처럼 사면 됩니다. 소액으로 분산 투자가 가능하고, 언제든 사고팔 수 있습니다. 다만 ETF는 만기가 없어서 금리 변동에 따라 가격이 계속 움직입니다.
저는 채권 ETF 방식이 초보자에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게 개별 채권을 분석할 필요 없이 포트폴리오에 채권 성격의 자산을 넣을 수 있으니까요.
채권이 필요한 순간
주식이 잘 오를 때는 채권이 필요 없어 보입니다. 저도 주식 시장이 좋을 때 "채권은 수익률이 낮은데 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을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채권이 있으면 주식이 크게 내릴 때 충격을 완화해줍니다. 물론 2022년처럼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내리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식과 채권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주식은 단기 하락폭이 크기 때문에, 은퇴 직전에 주가가 폭락하면 회복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때 채권이 안전망 역할을 합니다.
채권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주식처럼 몇 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고, 시장이 요동칠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줍니다. 투자에서 화려함보다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