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 이민 오고 나서 환율이 일상의 일부가 됐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환율을 해외여행 갈 때나 잠깐 신경 쓰는 숫자 정도로 여겼는데, 호주 달러로 생활하면서 한국 자산도 함께 관리하게 되자 환율 하나가 내 재정 전체를 흔드는 힘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2022년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올랐을 때, 저는 두 가지를 동시에 경험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원화 자산의 달러 환산 가치가 줄어들었고, 반대로 호주에서 한국으로 돈을 보낼 때는 같은 호주 달러로 더 많은 원화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같은 환율 변화가 서로 반대되는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 겁니다. 그때 환율이 단순히 "달러가 비싸지고 싸지는 것"이 아니라 내 삶 곳곳에 영향을 준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환율이 오른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환율이 오른다는 건 원화의 가치가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서 1,400원이 됐다면, 1달러를 사기 위해 2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달러가 비싸졌고, 원화가 약해진 겁니다.
반대로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 가치가 올라가고, 달러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집니다. 원화 강세, 달러 약세라고 부릅니다.
수입 물가에 영향을 줍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갑니다. 원유, 곡물, 원자재 대부분이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을 수입해도 원화로는 더 많이 내야 합니다. 이 비용이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됩니다.
한국이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오르면 물가 전체가 올라갑니다.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고, 마트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식당 밥값이 오릅니다. 환율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경로입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 환율이 오를 때마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다는 걸 막연하게 느꼈는데, 그 연결 고리를 이해한 건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해외여행 비용이 달라집니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여행이 비싸집니다. 1달러가 1,200원일 때 미국에서 100달러를 쓰면 12만 원이지만, 1,400원이 되면 같은 100달러가 14만 원입니다. 여행 경비가 늘어나는 겁니다.
반대로 외국에서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에게는 원화가 싸졌으니 한국 여행이 더 저렴해집니다. 그래서 환율이 오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외 직구와 유학 비용에 영향을 줍니다
해외 직구를 즐기는 분들에게 환율 상승은 직접적인 비용 증가입니다. 달러 결제 금액은 같아도 원화로 환산하면 더 나갑니다. 해외 명품이나 전자제품 직구 비용이 오릅니다.
해외 유학 중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매달 보내는 생활비와 학비가 환율에 따라 원화 기준으로 달라집니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달러 금액을 보내는 데 원화를 더 써야 합니다.
수출 기업에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의 영향도 있습니다. 한국 수출 기업들은 해외에서 달러로 물건을 팝니다. 환율이 오르면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더 많은 원화를 받습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이 오를 때 수익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이유로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원화 약세가 산업계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 물가 상승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는 트레이드오프가 있습니다.
해외 자산 가치가 달라집니다
미국 주식이나 달러 예금처럼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환율이 오를 때 원화 기준 자산 가치가 올라갑니다. 주가가 그대로여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 가치가 높아집니다.
반대로 원화만 갖고 있으면 달러 기준 자산 가치가 줄어듭니다. 이것이 달러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환율 변동이 자산 가치를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호주에 살면서 한국과 호주, 미국 자산을 동시에 관리하게 되자, 이 환율 효과를 매달 직접 경험합니다. 어떤 달은 환율 덕분에 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어떤 달은 환율 때문에 줄어듭니다. 분산의 힘이 여기서도 작동합니다.
마무리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숫자이지만, 그 영향은 장바구니부터 해외여행, 해외 자산까지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환율 뉴스가 나올 때 "달러가 비싸졌네"로 끝내지 말고, "그러면 내 생활에서 어떤 것이 비싸지고 어떤 것이 싸지는지"를 생각하는 습관이 경제를 이해하는 힘을 키워줍니다.